에드워드호퍼 도시산책자와 고독의 미학l나이트호크스l밤을 지새는 사람들l 발터벤야민l보들레르l소외l외로움l헤밍웨이l알랭 드 보통l여행의 기술l군중속의 고독l조세핀니비슨l반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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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Oct 2, 2023

안녕하십니까? 인문학 사랑입니다. 오늘은 20세기 미국의 뉴요커들이 느끼는 도시의 일상을 멜랑콜리하게 그렸던 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그의 대표적인 작품 Nighthhawks,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이트호크스는 20세기 예술에 있어서 도시를 사는 사람들의 소외와 외로움을 가장 잘 시각화한 유채화중의 하나입니다
뉴욕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인파속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도시산책자의 아포리아, 즉 소외와 고독의 멜랑콜리를 시각화한 그림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을 처음 대하면서 등장인물들의 베일에 감춰진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남자와 여자는 어떤 사이인가? 그들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오늘 집으로 가는 것인가?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그는 왜 밤늦은 시간에 여기에 앉아있는걸까? 웨이터의 심정은 어떤가? 그가 약간 지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등. 여러 가지 질문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입니다. 자 그럼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그러면 비평에 들어가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도시산책자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시산책자(불어로는 flâneur)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로 간주하고 때로는 도시의 현란한 기호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때로는 진정성과 아우라를 상실한 도시의 정신적 풍경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를 말합니다. 도시 산책자는 군중과 정치권력과의 중간 위치에 있으면서 시장경제로부터 소외되어 군중을 베일(veil) 삼아 군중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군중의 사유 불가능성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에드호퍼의 작품들은 바로 도시인들 간의 믿음의 부재, 예의바른 무관심과 무상성을 폭로하는 도시산책자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그림은 1941년 12월 7일 미국의 2차대전 개입을 알려주는 사건인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폭격이 발발한뒤 불과 몇주후 1942년 1월 21일에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비평가들은 이 카페의 바깥이에 모든 가로등이 꺼지고 어둠에 싸인 이유를 전쟁에의 참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홀로 앉아있던 남자가 이 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는 신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주장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미국인들의 의식속에는 타인과의 소통보다는 개인의 안전이 우선시되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호퍼는 1900년대 초 산업화로 인해 유쾌하고, 시끌벅적한 뉴욕보다는 도시 이면에 있는 텅 비고 침묵이 감도는 자신의 내재적인 공간, 그리고 갈길 잃은 도시산책자들을 부각시킨 것입니다. 비평가들은 무표정하고 외로운 인물표정을 그린 그이 그림을 “침묵의 그림” 혹은 마치 “무덤 같은 정적이 감도는 그”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리고 호퍼의 그림 나이트호크스에 나타난 늦은 밤 카페에서 익명의 사람들이 카운터에 앉아 쓸쓸하게 말없이 커피마시는 장면은 바로 미국 도시의 차가운 외로움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각인되었습니다.
호퍼는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공허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사실 “인물들은 특별히 외롭게 보이도록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내가 대도시의 보편적인 외로움을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호퍼의 이 그림과 헤밍웨이의 "A Clean, Well-Lighted Place'깨끗하고 불빛이 밝은 곳'(1933)이라는 소설은 늦은 밤시간 밝은 전기불이 켜진 카페라는 공간과 인물의 소외와 고독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불빛이 밝은 곳은 다름아닌 늦은 밤 심야 영업하는 카페를 말합니다. 요약하자면 한밤중 외롭고 쓸쓸한 도시인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늦은 밤 깨끗하고 밝은 불빛을 가진 카페에서 브랜디나 커피 한잔 마시면서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빠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입니다.
알랭 드 보통도 호퍼의 ”자동판매카페Automat“라는 작품을 설명하면서 쓸쓸하지만 환하게 불을 밝힌 도로변 휴게소나 심야 카페 같은 공공장소는 여행자들의 외로움이나 고독을 심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희석시켜 준다고 말합니다. (여행의 기술 p. 77) 그리고 이어서 호퍼는 고립되어 있는 이 여자와 공감을 나눠보라고 권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통은 이그림뿐만 아니라 호퍼의 모든 그림들을 pleasures of sadness, 즐거운 슬픔을 주는 그림이라고 평합니다. 당시 여러 가지 규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정을 찾지못한 자들 혹은 사회의 경제적 주류로부터밀려난 사람들이 외로움과 고독을 위로받기 위해 가는 홀로 밝은 전기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는 온화한 가정에도, 사막같은 도시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영역, 즉 육지의 끝, 육지도 바다도 아닌 바닷가 절벽위에 홀연히 서서 불을 밝히고 있는 등대처럼 제3의 성소, 도시산책자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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