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초우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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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Premiered Apr 7, 2020

노래 이야기

지난 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을 통해 패티김 선배님의 곡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지요. 오늘 들려드리는 '초우'는 패티김이라는 한국 가요역사상 최고의 디바를 등장시킨 곡이자 그녀를 대표할 수 있는 곡입니다.

깊이있는 팝, 소울 음악으로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선배님의 노래는 그야말로 '대체불가'라는 말이 적당할 듯 싶네요. 1950년대 말 이미자 선배님과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신 후, 한국 여가수 투톱 체제를 이끌어 오셨지요. 이미자 선배님이 한국적인 정서가 강한 트로트의 여왕이셨다면, 패티김 선배님은 서구적이고 세련된 스탠다드 팝의 여왕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의외인 점은 정식 데뷔 전 김혜자(金惠子)라는 본명으로, 1956년 국무총리배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입상하셨다는 것인데요. 깊은 울림을 내는 선배님의 목소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이후 미8군 무대를 중심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존경하던 미국의 유명가수 패티 페이지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의미로 '패티김'이라는 예명을 쓰게 된 것도 이 때부터이지요.

미8군 무대를 통해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던 중, 1959년 '사랑의 멩세(Till)'이라는 번안곡으로 정식 데뷔를 하고, 1963년에는 더 큰 꿈을 쫓아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는데 떠나기 직전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의 권유로 '초우'라는 곡을 녹음하게 됩니다. 가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박춘석 선생님은 '초우'의 테이프를 들고 방송 관계자들에게 들려주었고 이 노래는 순식간에 인기몰이를 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얼굴없는 가수 '패티김'을 찾게 되고 미국에서 문화의 차이와 현실의 한계를 느끼던 선배님은 1966년 귀국을 결심하게 됩니다. 공항에 마중나온 수많은 팬들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에 전념하겠노라 다짐하셨다고 하지요.

이렇게 '초우'는 계획에도 없이 큰 인기를 얻게 되고, 귀국 후 정식으로 발매된 앨범에는 '진주조개잡이', '아 목동아' 등의 번안곡 6곡이 A면에, B면에는 '초우'를 시작으로 '태양이 뜨거울때', '레만호에 지다' 등의 곡들이 실려 있습니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 칠 때
갈길 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비에 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빗소리도 흐느끼네"

'초우'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작 어떤 뜻인지는 잘 모르실거예요. '草雨'라는 한자 표기를 보면 감이 오실수도 있는데 풀잎에 내리는 비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고 '초안(草案)'등의 단어에서는 처음의 의미를 가지고도 있어서 '첫비'라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네요. 1966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영어 제목을 'Early Rain'이라고 표기했는데요. 박춘석 선생님의 처음 의도는 알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른 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희, 신성일 선배님들이 출연했던 영화 '초우'는 1960년대 발표된 영화 중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지요. 영희(문희)를 프랑스 대사의 딸로 오해한 자동차 수리공 철수(신성일)가 신분상승을 노리고 접근해 부자 행세를 합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철수는 영희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자신의 본래 신분을 고백하는데 영희도 사실 대사관에서 일하는 식모였음을 밝히게 되지요. 철수는 그녀의 뺨을 때리며 매몰차게 돌아서고 영희는 그와의 사랑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놓고 보니 노래의 가사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패티김 선배님은 '초우'를 시작으로 '이별', '가시나무새', '그대 없이는 못 살아', '못 잊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셨지요. 노래 만큼이나 가요 역사에서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업적이 상당히 많답니다. 1962년 한국 최초로 리사이틀을 하셨고 1978년 대중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갖기도 했지요. 한국 여가수로는 처음으로 1989년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고 2000년에는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의 무대에도 오르셨답니다.

패티김 선배님의 노래를 들으면 슬픔 속에서도 담담히 그것을 이겨나가는 여인의 강인함이 느껴집니다. 듣는 순간 그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되는 노래. 수많은 분들이 선배님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아직도 그 목소리를 그리워하고 계시지요. 오늘은 그 절제된 목소리, 패티김 선배님의 노래를 떠올리며 여러분들과 함께 '초우'를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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