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그대가 바로 부처다

또 어떤 스님이 귀종화상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귀종화상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말해 줄 수는 있으나 그대가 믿지 않을까 두렵구나.”
스님이 말했다. “화상의 지극하신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않겠습니까?”
화상이 말했다. “그대가 바로 그것이다.”

10. 어떻게 보림하는가?

스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림(保任:깨달음을 잘 보호하며 닦아가는 것)해야 합니까?”
화상이 말했다. “티끌 하나가 눈 속에 들어가면 허공꽃(空花)이 어지러이 떨어지는 듯 하다.”
그 스님은 이 말끝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옛 성현들이 도에 들어간 인연은 명백하고 간단하니, 수고를 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안(公案)을 인연으로 공부해 가다가 믿음이 가거나 밝게 이해되는 바가 있다면, 옛 성현들과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11. 깨달음과 신통력

물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견성이 만약 참된 견성이라면, 곧바로 성인인 것이니 응당히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일반 사람들과는 달라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요즈음 마음 닦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신통변화를 나타내는 사람이 없습니까?”
대답한다.
“그대는 경솔하게 미친 소리(狂言)를 하지 말라. 삿됨(邪)과 바름(正)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는 미혹에 빠진 사람이다. 요즘 도를 배우는 사람들은 입으로는 진리를 말하나 마음은 퇴굴심을 일으켜, 내 분수에는 성인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無分之失)하며 쉽게 포기해 버린다. 모두가 그대 같은 의심을 내기 때문이다.
도를 배우되 선후(先後)를 알지 못하고, 진리를 말하면서 근본과 지말(本末)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이를 일컬어 삿된 견해(邪見)라 할 뿐, 수학(修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는 자기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남도 잘못되게 만드니 어찌 조심할 일이 아니겠는가?

12. 돈오와 점수

도에 들어가는 문은 많지만 요약해서 말하면 돈오(頓悟, 단박에 깨달음)와 점수(漸修, 점차적으로 닦아감)의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다. 비록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최상의 근기(根機)인 이들이 들어가는 문이라고는 하지만, 과거까지 추론해 본다면, 이미 먼저 깨닫고(돈오) 그 깨달음에 의지해 오랜 세월 동안 점차적으로 닦아 익혀왔기 때문에(점수), 지금에 와서 듣자마자 깨달아 단박에 공부를 끝낸 것(돈오돈수)이다. 그러니 진실대로 말한다면, 이것 역시 먼저 깨닫고 뒤에 닦는 돈오점수의 근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은 모든 성인이 밟아온 길이다. 과거의 모든 성인들도 먼저 깨닫고 뒤에 닦았으며, 그 닦음을 인연으로 증득하신 것이다.
그대가 말한 신통변화는 깨달음에 의지해서 닦고 차츰 익혀가면서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지 깨달았다고 해서 그 순간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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