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엄만 언제 공허함을 느끼십니까. 이건 나태함입니까, 애초에 헛된 꿈입니까.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윤시월 윤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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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Mar 15, 2021

민수는 항상 자기전에 새 양말을 꺼내 신었다. 한 여름에도 발에 무언가 덮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양말을 신고 잤다. 그런 민수는 무의식적으로 답답했는지 잠결에 양말 한쪽을 던져버렸다. 아침마다 한쪽 양말만 신고 자는 민수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와서 늘 놀리곤 했다. 왜 두 쪽 다 벗지 않고 한쪽만 벗는지 물어보면 부끄러운 듯 나머지 양말을 벗으며 부끄러운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 그냥 언제부터 인가 자기전에 허전해서 양말을 신고 자봤어. 그러다 보니 양말을 안 신고 자니까 발이 허전하더라도. 평소에는 너같이 양말 벗어 던지지 않는데 오늘은 어쩌다 이런 거야. "

양말을 신지 않은 내 마른 발을 바라봤다. 핏줄이 선하고 아침이라 하얗게 질린 내 발을 따뜻한 양손으로 매만졌다. 잠이 없어서 나보다 항상 먼저 일어나는 민수였지만 가끔 내가 먼저 일어나는 날이면 나는 이를 얼른 닦고 와 민수의 양말을 신지 않은 발을 마사지해주며 민수를 깨우곤 했다. 한참을 주물러야 민수는 일어났지만 민수는 그렇게 잠에서 깨면 일어나자 마자 눈도 뜨지 못하고 웃곤 했다. 그 미소가 보고싶어서 내가 먼저 일어나는 날마다 아침이라 힘없는 손으로 민수의 발을 정성껏 주물렀다. 나는 한손으로 계속 내 발을 주무르며 한쪽 손으로 양말을 벗어 대충 던지고 침대에 민수를 다시 바라봤다. 민수는 이미 침대에 없었다. 나는 발을 주무르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발에 온기가 돌았다. 막 일어나서 고개를 들 힘이 없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위에 입은 티셔츠를 벗고 침대위에 던지며 방의 문고리를 잡았다. 잠시 멈춰 고개를 돌려 민수가 있던 자리를 빤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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