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황동규(시를 읽는 시간)
문학의 민족 문학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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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Jun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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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황동규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 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퉁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작품설명]
시대:1980년대
성격:관조적, 자연회귀적
주제:자유롭고 자연스런 삶을 향한 소망과 의지
출전:풍장(1984)


[음악 출처]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가을밤 -    • [Royalty Free Music] 가을밤/Autumn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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