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성공적으로 서술한 작품 :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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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Jun 30, 2022

00:00-05:38 줄거리 재구성 낭독
05:39-06:56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 표준어는 '난쟁이'이지만 작품의 원문을 존중하여 영상 자막에 '난장이'로 표기하였습니다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한국의 현대문학 작품 중에서 이른바 고전의 반열에 들 만한 작품을 떠올릴 때, 아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견 없이 언급될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 연재를 시작해 1978년에 단행본이 나온 후 확인되는 것만도 300쇄가 넘는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세희 작가는 1965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과작(寡作)의 작가이기도 하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이 작품을 빼고 조세희라는 작가를 설명할 수 없고, 한국 문학사에서도 『난쏘공』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표제작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연작소설’입니다. 재벌 상류층의 이야기와 중간층, 또 하층 계급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고 작가는 이런 세계가 ‘누구의 잘못인지’ 질문합니다. 이 세계란 1970년대 한국사회의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생겨난 계급적 갈등을 가리키는 것이고 특히 재개발 문제가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이 소설집이 여전히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작가 스스로 ‘걱정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아직도 한국사회의 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철거 예고장을 받은 낙원구 행복동의 난쟁이 가족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지금도 자본에 의해,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오래된 터전을 잃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요? 더 나은 삶,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조세희 작가가 던진 이 질문은 아마 오래도록 쉽게 답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난쟁이인 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 등 가족 구성원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자신들이 꿈꾸었던 것들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는데도 불구하고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때 인간이 느끼는 절망은 너무도 아득해서 차라리 우주로 떠나버리고 싶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문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실 참여적인 리얼리즘 문학과 미적 가치와 형식적 실험을 중시하던 모더니즘 문학이 대립하고 있을 때, 이 두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음을 이 작품이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당대 사회의 현실이나 인물의 형상은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은유적이면서 환상적인 서사적 장치도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난쟁이는 정말로 난쟁이기도 하지만 소외되고 왜소한 하층민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바로 이런 지점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고전이라는 이름에 충분히 걸맞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 작품은 여성 인물의 재현에서, 또 과도한 상징성과 다소 도식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보면 그 시대적 한계가 분명히 있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울림과 문제의식은 지금, 그리고 미래의 독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극화나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말들은 1970년대에는 쓰이지 않았을 것이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같은 말들이 2020년대에도 이 정도로 사용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더 심각하고 또 교묘하게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계급적 갈등을 돌아보고 공존과 공생이라는 가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3u9pX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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