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2년, 한때 가장 뜨거웠던 ‘겨울’을 보냈던 대관령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대관령 사람들의 겨울 이야기 (KBS 20200307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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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Premiered Jan 16, 2023

다큐세상 - 겨울, 그리고 대관령

■ 겨울왕국, 선자령
유독 눈이 귀했던 올해 겨울, 대관령에 처음으로 폭설이 쏟아지던 날, 대관령 마을 휴게소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룻밤 사이 설국으로 변한 선자령을 오르기 위해서다. 매년 겨울이면 습관적으로 이곳을 찾게 된다는 사람들, 이들에게 대관령은 어떤 장소일까?

■ 황태가 말라가는 곳, 횡계리
대관령은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일터이기도 하다. 16년째 황태덕장을 관리하는 박영숙 씨는 눈이 내리는 날 더욱 분주해진다. 떨어진 명태를 다시 말리고 부러진 고랑을 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추위와 바람, 그리고 눈, 이 세 가지가 대관령의 황태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황태를 만드는 것은 바로 덕장지기의 부지런한 발소리다.

■ 무너진 겨울왕국의 꿈
대관령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발왕산에 자리 잡은 용평리조트는 대한민국 최초의 스키장이다. 오랜 세월 겨울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 잡았지만 올 겨울 용평스키장은 그 어느 때 보다 썰렁했다. 스키용품을 대여하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붐볐던 대여 삽은 손님을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여파는 지역의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겨울이면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횡계는 요즘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횡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 황태식당도 예년보다 손님이 60% 이상 감소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횡계에는 폐점하거나 가계를 내놓은 곳이 많다.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던 택시도 거의 운영을 멈췄다. 도대체 대관령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인들은 경기침체의 원인 중 하나로 2년 전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목한다.

■ 평창 동계 올림픽, 영광인가? 상처인가?
2년 전 세계인이 주목한 동계 올림픽 덕분에 대관령 사람들은 생에 가장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용평리조트 앞에서 스포츠 매장을 경영하고 있는 홍인기 씨는 대관령에서 태어나 평생 스키인으로 살아왔다. 90년대에는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동했을 정도로 올림픽과는 인연이 깊다. 고향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는 그의 평생소원이었고 결국 꿈을 이뤘지만 요즘은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바로 집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올림픽 개폐회식장 때문인데, 한때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장소이지만 지금은 포토존 하나 보이지 않는다.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그 흔적을 찾기 힘들어진 대관령,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올림픽 후유증에 멍든 사람들
지역 주민들의 실망이 큰 이유는 그만큼 동계 올림픽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비를 들여 응원전을 펼쳤고, 자원봉사를 위해 심판 자격증을 공부하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왔다. 올림픽 덕분에 대관령에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 관광업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물론 발전된 부분도 있다. KTX 역이 생기고, 외곽도로가 생기면서 대관령은 일일생활권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이제 대관령에서 숙박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랜 세월 펜션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자영업자들은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대관령의 급속한 변화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던 사진작가 김남돈씨는 수십 년 간 대관령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다. 올림픽 때문에 고향이 사라진 사람들의 애환과 이제는 영영 사라져 버린 대관령의 절경이 그의 사진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대관령을 지키는 사람들
폭설이 내린 날, 대관령 횡계리 눈꽃마을 주민 최종근 씨는 뒷산을 오른다. 설피를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서다. 겨울이면 대관령 사람들은 눈 속에서도 걸을 수 있는 신발, 설피를 만들곤 했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물이 되어 버렸지만, 최종근 씨는 여전히 겨울만 되면 습관적으로 설피를 만든다. 대관령의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이다. 머루나무와 다래나무를 엮어 만든 설피는 손이 많이 가는 신발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 주민들의 생존 필수품이었다. 눈 속에 고립되어 먹을 것이 떨어지면 조상들은 설피를 신고 사냥을 나가곤 했다, 이 전통은 ‘황병산 사냥민속놀이’라는 이름의 문화재가 되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때는 공연으로 승화되어 대관령의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이 끝난 후, 눈꽃마을도 올림픽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과연 대관령 사람들에게 동계 올림픽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또 지금 그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겨울왕국 #대관령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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