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꿈꾸는 백마강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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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Premiered May 19, 2020

노래 이야기

어린 시절 짧은 인연이었지만 저에게는 영원한 음악 선생님으로 기억될 이인권 선생님의 노래 '꿈꾸는 백마강'입니다. 1919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출생한 이인권 선생님은 본명이 임영일(林榮一)로 오케레코드와의 즉흥 오디션을 통해 음악의 길에 들어서게 되지요. 오케레코드사는 자사의 첫 음반을 내놓은 1933년부터 공연 분야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케연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오케레코드에 소속된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공연단을 꾸려 전국 각지와 해외까지 순회공연을 다니곤 했지요.

이철(李哲) 사장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던 오케레코드는 1937년부터 일본이 경영권에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됩니다. 이무라 료즈이(井村良瑞)가 일본에서 파견되어 실질적인 경영을 이끌게 되고, 이로 인해 음반사업 또한 이철 사장의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지요. 새로운 활로를 찾던 중 1938년 '조선연예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공연 위주의 사업을 모색하기에 이릅니다.

오케연주단은 사업의 확장과 더불어 '오케그랜드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당대 최고의 공연 단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지요. 1939년 3월에는 일본 순회공연에 나서게 되는데, 당시 일본 기획사측에서 외래어로된 이름보다는 조선의 고유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홍보에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렇게 '조선악극단'이 탄생하게 되고 일본 순회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지요. 이철 사장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944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오케싱잉팀, 오케음악무용연구소 등을 조직하며 음악 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오케그랜드쇼'가 함경북도 청진에서 순회공연을 하고 있을 때 한 청년이 오디션을 받고 싶다며 무대 뒤로 찾아오게 됩니다. 이철 사장과 작곡가 박시춘 선생님에게 테스트를 받은 청년은 기대 이상의 노래를 들려주었고 그 날 무대에 함께 올라 남인수 선생님의 노래를 부르게 되었지요. 이철 사장의 권유로 서울로 함께 온 청년 임영일은 1938년부터 '이인권'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눈물의 춘정', '향수의 휘파람' '항구에서 만난 여자', '타관마차', '낙타야 가자', '국경의 다방' 등 다수의 곡을 발표하며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던 중 1940년 말에 발표한 '꿈꾸는 백마강'이 큰 히트를 하게 됩니다. 오케레코드 전속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던 임근식 선생님의 곡에 조명암 선생님이 가사를 붙여 완성된 이 곡은 허민 선생님의 1954년 곡 '백마강'과 더불어 백제의 멸망을 다룬 히트곡이지요.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에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
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듯
그 누가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낙화암 달빛만 옛날 같구나"

마지막 문장 중 "옛날 같구나"라는 구절을 보면 일제 치하의 설움을 에둘러 표현한 노래임을 짐작할 수 있지요. 조선을 빼앗긴 슬픔을 백제의 멸망에 대입시켜 상실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조선총독부에서는 '꿈꾸는 백마강'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조명암 선생님이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다시 금지곡으로 묶이는 고초를 겪게 됩니다.

가수이자 작곡가, 작사가, 연주자로 다방면에 걸쳐 음악적인 재능을 보여준 이인권 선생님은 6.25 전쟁 이후에는 가수로서의 활동보다는 작곡 활동에 힘을 쏟았습니다. 다른 곡의 노래이야기를 통해 서술한 것 처럼 현인 선생님의 '꿈이여 다시 한 번', 송민도 선생님의 '카츄샤의 노래', 또 '외나무다리', '바다가 육지라면'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하였고 신인 가수 등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렇게 1973년 오아시스레코드사를 통해 저와 사제제간으로 만나게 된 이인권 선생님은 일본 공연을 준비하던 중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셨지요. 그 때는 너무 어려서 선생님의 음악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늘 멋진 신사의 모습으로 인자했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함께 이인권 선생님의 최대 히트곡인 '꿈꾸는 백마강'을 나누면서 그 시절을 추억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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