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Aug 8, 2024
서양음악의 기원은 아무래도 예배의식을 위해 쓰인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일 정도로 그 뿌리가 교회에 있는 것이 맞습니다. 이제는 종교음악이 존재하는 모든 음악 중 한 갈래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오랜시간동안 진정한 음악은 교회음악이고 나머지 모든 다른 음악은 그저 '부수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그 중요도가 지배적이었던 시절이 역사적으로 상당히 깁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음악들은 어떤 효용으로 남아 존재하는 것일까요? 만약 이 음악을 듣는 당신이 무신론자이거나 다른 종교라면 말이죠. 물론 음악적인 가치 하나만으로도 이미 너무 걸작들이기 때문에 제가 방금 드린 질문은 우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흐의 '요한 수난곡'에서 느껴지는 그 영혼을 울리는 진동, 마치 '죽어가는 자식을 품에 안은 어미의 절박한 기도소리'처럼 들리는 그 인트로를 듣고 있노라면 그런 류의 감동은 다른 장르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성격의 것임을, 종교의 유무와는 별개의 차원의 감동임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수많은 후대 작곡가에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줬던 알레그리의 '미제레레'같은 곡을 듣고 있노라면 예술적인 영감과 종교적인 헌신의 의지가 결합이 되면 어떤 지경의 미적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저같은 범인에게도 조금은 감이 옵니다.
복잡하고, 치사하고, 비루한, 반복적 일상에 더위까지 겹쳐 진이 빠져나가고 있다면 이 음악들을 조용하게 들으시면서 정화, 휴면, 중화의 순간을 잠시나마 느끼시게 되시길 바래봅니다. 말복을 보내는 전혀 다른 방향의 솔루션이 되어드릴지도...
0:00:00 모짜르트: 아베 베룸 코르푸스 Mozart: Ave verum corpus
0:03:53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없어라' 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0:11:40 알레그리: 미제레레 Allegri: Miserere
0:23:54 비발디: 글로리아 Vivaldi: "Gloria in excelsis Deo"
0:26:07 프랑크: 생명의 양식 Frank: Panis Angelicus
0:28:58 바하: 마태수난곡 '불쌍히 여기소서 Bach: Matthäuspassion "Erbarme dich mein Gott"
0:34:50 슈베르트 아베마리아: Schubert: Ave Maria
0:39:16 헨델: 자독 사제 Handel: Zadok the Priest
0:44:18 페르골레지: 슬픔의 성모 Pergolesi: Stabat Mater
0:47:50 바하: 요한 수난곡 '우리를 지배하는 신이시여' Bach: St John Passion BWV 245 "Herr unser Herrscher"
0:51:41 비발디: 슬픔의 성모 Vivaldi: STABAT MATER RV621
0:54:20 포레: 레퀴엠 '피에 예수' Fauré: "Pie Jesu" from Requiem
0:57:17 모짜르트: 레퀴엠 '눈물의 날' Mozart: Requiem - Lacrimosa
1:01:03 브람스: 독일 레퀴엠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Brahms - Ein deutsches Requiem "Selig sind, die da Leid tragen"
1:12:30 헨델: 메시아 '할렐루야' Handel: Messiah 'Halleluj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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