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방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통일로 미래로] / KBS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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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Jul 7, 2023

6.25 전쟁 당시 UN 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불패 신화를 이룬 부대가 있습니다. 에티오피아가 파병한 군대, '강뉴 부대'를 말하는 건데요. 에티오피아 말로 ‘강뉴’는 ‘혼돈에서 질서를 확립한다’, 또는 ‘초전박살’ 이런 뜻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인데요. 위기의 순간에 한국을 도운 에티오피아 노병 두 분이 얼마 전 한국에 찾아왔습니다. 전쟁 이후 70 년 만에 첫 방문이라고 하는데요.파병 당시 처음 도착한 부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남다른 감회에 젖은 에티오피아 노병들의 부산 방문길을 최효은 리포터가 동행했습니다.

[리포트]

서로의 손을 꼭 쥔 노병들이 헌화에 나섭니다.

10대의 어린 나이로 6.25 전쟁에 참전했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시페라우 브라투 씨와 테레페 이그자우 씹니다.

이어지는 감사패 수여 시간엔 벅찬 감정이 얼굴을 스치는데요.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 했던가요?

한국을 함께 지킨 노병들이 여전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테레페 이그자우/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오래 전에 헤어진 이들과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뭉클합니다."]

6.25전쟁 당시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에서 한국의 자유를 위해 온 에티오피아 강뉴 부대 청년들. 그 가운데 두 명은 백발이 돼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유엔기념공원에서 또 다른 참전용사들과의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한 세월을 위로하듯,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두 나라 참전용사들.

강뉴부대의 활약상을 기억한다는 한국군 참전용사는 타국의 전선에서 목숨 바쳐 싸운 에티오피아 전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강희/6.25전쟁 참전용사 : "저도 그 당시 전쟁이 나자마자 가서 부상을 당해서 군대 생활 54개월 만에 제대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나왔어요.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말이라곤 한 마디도 못한 사람들이 그 전쟁에 참전해서 목숨을 바쳐 가면서 전쟁 참전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그자우 씨에게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고 하는데요.

[테레페 이그자우/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쓰러진 국군을 도와주다가 다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분이 같이 총을 맞고 서로 안겨있는 상태로 시신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에티오피아와 한국은 피로 맺어진 형제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온기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두 나라의 노병들.

진심이 오고 가는 순간, 끝내 삼키지 못한 눈물이 흐릅니다.

[테레페 이그자우/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나이 들어서라도 만나서 너무 기쁘고 다음에 더 좋은 자리에서 웃으면서 만나기 바랍니다."]

6.25전쟁 발발 1년 뒤 1951년 5월 7일, 에티오피아의 첫 파병 군인들이 한국에 도착합니다.

5차례에 걸쳐 황실 직속 근위대를 포함해 정예병력 6천여 명이 참전합니다.

피해도 적잖아서 전사자 121명, 부상자 536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참전 기간, 253번의 크고 작은 전투를 모두 승리로 이끌 정도로 용맹을 떨쳤습니다.

에티오피아 참전 노병들은 자신들이 목숨 걸고 지킨 대한민국이 폐허를 딛고 발전한 것을 직접 확인한다며 감격스러워합니다.

[시페라우 브라투/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전쟁 때 부산은) 모두 다 무너져 있는 상태였고 거의 먼지투성이였습니다. 지금은 너무 발전돼서 아주 훌륭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때 참전했던 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

노병들은 70여년 전 이곳 부산을 통해 한국에 들어와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그 전쟁의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열일곱 살의 나이에 참전해 무전병으로 활약했던 브라투 씨는 ‘추위’가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시페라우 브라투/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겨울에 난로를 태워도 너무 추웠어요. 그때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추위였습니다."]

보병이었던 이그자우 씨는 부산 도착 뒤 심하게 앓아 격리될 정도였다는데요.

귀국을 권고 받았지만 결전의 의지를 다졌고 결국 참전했습니다.

[테레페 이그자우/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에티오피아 황제의 명으로 참전했지만 우리에게도 아픈 역사가 있기도 해서 자유가 없어서 힘들어하고 있는 나라가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된다고 해서 돕게 됐습니다."]

두 노병의 부산 방문을 동행하면서 반가운 얼굴도 만났습니다.

얼마 전 UN군 패션쇼 행사장에서 능숙한 한국어를 선보인 에티오피아 유학생 라헬 씹니다.

두 참전용사의 통역을 돕고 있는 겁니다.

[라헬 솔로몬/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힘들어도 괜찮다고 다 참을 수 있다고."]

역시 한국에 파병 오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는데요.

[라헬 솔로몬/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 "저희 할아버지도 2차 (파병) 때 참전하셨는데 이분도 2차 때 참전하셨어서 (할아버지) 얼굴을 보니까 기억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정전 뒤에도 강뉴부대는 1956년까지 남아 전후 복구지원에도 힘을 보탭니다.

또 부대원들은 전쟁 속에도 사비를 모아 ‘보화고아원’을 설립해 아이들을 보살피기도 했습니다.

그 뒤 본국으로 돌아간 참전용사들, 하지만 대부분은 1974년부터 21년간 계속된 공산주의 정권에서 정치, 경제적인 핍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라는데요.

고통스런 삶의 무게를 이겨내고 현재까지 생존한 참전용사는 모두 73명.

늦기는 했지만 한국의 여러 단체에서 이들의 헌신과 노고를 잊지 않고 보답해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미영/㈜따뜻한 하루 온라인사업국장 : "2016년부터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어르신들을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저희가 해마다 에티오피아 찾아가서 큰절도 올리고 필요한 부분들 식료품이라든지 생계비라든지 이런 걸 계속해서 지원해드릴 예정이고요. 너무 보고싶어 하시더라고요 대한민국을."]

오랜 기간 원조를 받다가 이제는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을 함께 지켜낸 두 노병의 공통된 염원은 평화입니다.

[테레페 이그자우/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역사를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이렇게 발전된 나라를 잘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온 이 노병들의 짙은 주름살은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지켜야 게 무엇인지 알려주는 듯합니다.

[시페라우 브라투/에티오피아 참전용사 : "한국인들이 사랑과 평화로 영원히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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