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춘향이는 미인이 아니었다. 눈은 비탈에 돌아가는 돼지 눈 같고 머리는 몽당 빗자루 같고....∖박문수의 여인은 못난이 기생∖차상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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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Mar 29, 2023

작품 : 박색(薄色) 고개의 전설, 급수기(汲水妓)와 박어사(朴御史)
작가 : 차상찬
일제강점기 「경주회고」, 「남한산성」, 「관동잡영」 등을 저술한 시인. 수필가, 언론인.
청오 차상찬은 『개벽』 잡지의 창간동인이면서,
개벽사에서 간행한 십여 종의 잡지와 타사 잡지, 일간신문 등에 수백 편의 취재기와
논설 등을 발표하여 일제에 저항하고 당대의 허위적 지식인, 지배계층을 풍자한
저항적인 저널리스트이다.

춘향이는 미인이 아니었다? (본문의 일부)
그 전설대로 말한다면 춘향이는 원래가 미인이 아니요 천하의 둘도 없는
박색(薄色)이었다. 시대는 역시 춘향전에 나타난 이조 숙종대왕(李朝肅宗大
王) 시대에 틀림이 없고 관기 월매(官妓月梅)의 딸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
러나 얼굴은 춘향전에 있는 춘향과는 아주 반대의 만고 박색이었다. 코는
질병 같고 눈은 비탈에 돌아가는 돼지 눈 같고 머리는 몽당 빗자루 같고 손
은 옴두꺼비의 발 같고 목은 자라목 같고 몸은 절구통만 한데다가 그 중에
마마를 몹시 한 탓으로 얽고 찍어매고 하여 박춘재의 곰보타령에 나오는 곰
보 모양으로 우박맞은 잿더미도 같고 장마 치른 쇠똥도 같고 대추나무에 앉
은 매미잔등도 같고 맹꽁이의 볼기짝 같아서 누구나 한번만 치어다 보면 십
여년된 학질이 즉시에 떨어지게 무섭게 생긴 추물이었다.

박문수의 여인은 못난 기생?(본문의 일부)
그런데 박문수가 진주 있을 때에 또 한가지 조그마한 염문(艶聞)이 있었
으니 그것은 어느해 그가 서실(書室)에서 몇몇 동무와 같이 앉어 춘일영시
(春日詠詩)로 그날을 보내고 있던 차에 마침 그방 앞으로 어떤 젊은 여자
하나가 물동이를 이고 지나갔었다.
이것을 본 여러 사람들은 낄낄 웃으며
『아 ─ 저게 급수기(汲水妓) 춘심(春心)이 아니냐. 원 저게 저것도 죽기
전에 서방을 얻을 수 있을까?』
『여보게 저까짓걸 누가 데리고 가까이 하겠나? 그 못난것을!』
『여보게 말도 말게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여 꿈에 볼가봐 걱정일세.』
『계집이 못생기고 인물이 없다 하더래도 원 저다지도 끔찍할까?』
『그러기에 나이 스물이 넘어 설흔이 가까워도 누가 손목 한번 안만저 주
지 않나?』
『그런데 참 저런 것하고 한번 가까이 하고 놀며는 그야말로 적선(積善)이
될것일세.』
이렇게 몇몇 사람은 춘심이가 지내가는 것을 보고 쓸데 없는 소리를 주고
받고 하였다.
박문수는 일찌기 춘심이를 본일도 없고 그의 이름조차 물어본 적이 없으
며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가 처녀로서 나이 스물인 혼기
(婚期)을 넘고 설흔이 가깝도록 까닭없는 남자들에게까지 놀림을 받는 것에
분연히 그 여자에게 동정의 마음이 쏠리었다.
그는 속으로
『아 ─ 가엾은 여자로군, 내 자신이 그에게 동정이나 해줄 무슨 좋은 기
회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여 보았다.

*공유마당의 고전자료중 일부를 들려드립니다
편안한 시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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