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태운 시인의 뜰 정태운 시인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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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Oct 4, 2024

가을 어느 멋진 날에 / 정태운

길을 나서는 어느 날처럼
가을이 깊어지니
가을도 길을 나서는 만추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길을 나서면 어쩌나 하고 둘러봅니다
서운한 게 없었는지
아쉬운 게 없었는지
물든 단풍이 가지에서 손을 놓듯
우리도 나잇살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잡은 삶을
놓을 수밖에 없지 않은지
화려한 봄을 보내고 바쁜 여름을 거쳐 풍요롭다는 가을도
잠시 잠깐이라는 것을 가을이 깊어서야 깨우치는 우리입니다
한때는 끝없이 도도할 것 같은 울창한 나무도
단풍 들어 시들고
한때는 모든 새들도 품어 숨길 것 같은 위세도
초라한 나목으로 변해가는 고목입니다
안녕이라고 떳떳하게 웃을 수 있는 이별이 몇인가요
서리에 버티는 가을꽃은 있던가요
우리 머리에도 내리는 찬 서리에
떳떳하게 자유롭게 대범한 척 안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을 어느 멋진 날에
그리운 이들을 모으고
그리운 이들과 대범한 이별을 하는 겨울을 닮고 싶습니다
계절은 다시 오지만
우리는 다시 올 수없는 것이라 해도
쿨하게 인생 한번 돌아보고 웃으며 가는 계절이고 싶습니다
나도 그대도
그러고 싶습니다

#1일1시쓰기:2127일째2127번째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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