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믿음의 관계
교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신학 이야기 교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신학 이야기
994 subscribers
684 views
14

 Published On Mar 20, 2022

안녕하세요.
지난 영상에서는 믿음과 아는 것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 지식이나 성경 지식, 신학 지식을 아는 것이 믿음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지식이나 신학 지식이니 하는 교회와 관련된 대부분의 지식들은 어디서 오죠? 바로 성서에서 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나, 예수와 관련된 이야기 등등이 교회 지식, 신학 지식의 기본이자 믿음의 내용이 됩니다. 이러한 성서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중세와 종교개혁시기까지 대부분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성서의 이야기들과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교리를 잘 알고 있어야 믿음이 굳건해진다고 봤던 거죠.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의 한국 교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교회마다 자체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그렇죠. 프로그램들의 목적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아는 것이 힘이다와 같은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 근대로 접어들면서 계몽주의적 사고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연과학에 기초한 과학적 사고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성서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와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전해내려오는 교리들이 이러한 입장에서 슬슬 의심받기 시작합니다. 세상은 정말 하나님이 시작했을까? 예수는 정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을까? 등등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이전까지 온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성서의 내용과 교회의 교리가 과연 세상을 설명하는 진리, 이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이성과 믿음의 관계에 대해 질문합니다. 계몽주의와 자연과학적 사고는 바로 인간의 이성에 바탕을 둔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성서와 교회의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죠.
(짜잔)

이러한 세상의 흐름에 대해 교회는, 즉 가톨릭과 개신교는 일치된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첫번째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로 알브레히트 리츨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리츨은 믿음과 이성을 완전히 구분했습니다. 그러니까 리츨은 믿음을 계몽주의의 관점에서 이성적으로 파악하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했습니다. 즉, 예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실을 믿는 믿음은 이성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철학적으로나, 자연과학적으로나, 일반적인 사실 판단을 하는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리츨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가 물 위를 걸었다거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자연과학적으로, 이성적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지요. 리츨에게 종교는 개인의 가치 문제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를 따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종교는 인간의 모든 문제와 생각과 삶을 대변하거나 그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진리라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눈 앞에 벌어진 어떤 사실을 이성적으로 믿는 것이 기독교의 믿음과는 상관이 없다고 보았죠.

두번째는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입니다. 20세기 신학에서 아주 중요한 신학자 중 하나인 판넨베르크는 리츨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판넨베르크는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고, 예수가 다시 살아난 사건 등과 같은 성서에서 전해지는 역사적 사건들은 일반적인 역사적 지식으로 볼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일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신다고 봤죠. 그래서 판넨베르크는 리츨과는 달리 일반 역사, 이성의 역사, 인간의 역사와 기독교의 진리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사실이 믿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죠. 예를 들어 판넨베르크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리고 그리스도가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나타난 사건을 분명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였던 겁니다.

세번째는 로마 가톨릭의 입장입니다. 로마 가톨릭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이성을 기독교의 믿음 아래에 두었습니다. 즉, 믿음이 이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봤죠. 그래서 제 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인간의 이성이 믿음을 함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교리가 확정됩니다. 이에 따라 이성이 믿음을 파악하려 해도 아주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봤죠. 그래서 가톨릭 안에서 이성은 믿음의 내용이나 성서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공포한 교령에서 믿음과 이성의 관계가 다시 정의되었습니다. 이 교령에는 믿음과 이성을 구분하는 근대적인 사고는 믿음의 확신과 이성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인간의 이성과 기독교의 믿음을 구분하는 일을 넘어서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성과 믿음은 철저하게 구분 되어야 하나요? 아니면 이성적으로도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성과 믿음이 동시에 조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뭔가 딱 부러지게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으니 그동안 기독교 안에서도 믿음과 이성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음에 또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how more

Share/Em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