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주자주평화선언....경주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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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Jun 11, 2024

2024경주자주평화선언
일시: 2024. 6. 8. (토) 오전 10시 30분
장소: 경주 내남면 명계리 바탕골
주최: 경주평화연대
(경주겨레하나, 천도교 한울연대 ,민주당 경주시위원회,
진보당 경주시위원회, 경주시민총회 ,경주환경운동연합,
정책포럼 더나은경주, 경주학부모연대
주관: 경주겨레하나


다섯 번째 경주자주평화선언에 부쳐

우리 겨레와 국토 분단사의 비극이 서린 여기 이 바탕골은,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경주유족회장으로서 전국과거사특별법추진위원장을 맡아 고령(高齡)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숱한 노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던 김하종(金夏種) 선생님의 고향마을입니다.

1949년 여름 이 마을에서 이틀 낮밤 사이에 이협우가 이끄는 내남 민보단원에 의해 김씨 일족 스물 두분과 손씨 일족 여덟 분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습니다. 당시 김하종 선생님 가족은 여기서 좀 떨어진 홈실 부락에 살고 있었는데, 집안 일가들의 시신을 수습하러 왔던 김하종 선생님의 부친도 민보단원들로부터 두들겨 맞아 결국 아흐레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근자에 이 마을의 김여헌 어른으로부터 당신의 어머님과 형님도 그 사건과는 또 다른 때에 억울하게 희생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마을에 더 숱한 희생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협우가 이끄는 내남면 민보단원에 의한 비극이 서린 곳은 여기 이 바탕골만이 아닙니다. 1948년 3월 15일 당시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던 이조리의 정우택이 희생당한 뒤로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여름까지, 망성리 둥굴마을에서는 권씨 일족을 비롯한 50여분이 넘는 무고한 분들이 희생되었는데, 그 수가 실로 몇일지 다 알 길이 없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최윤식을 비롯한 이조리 최씨 일족, 최현호를 비롯한 노곡리 최씨 일족, 주성조를 비롯한 덕천리 주씨 일족 등 내남면 일원의 실로 숱한 분들이 희생을 당하였습니다. 적색분자에 대한 협조나 민보단에 대한 비협조를 빌미 삼았지만, 실지로는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부당한 요구에 불응하는 이들에 대한 보복성 가해가 많았으며, 특정한 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가해로 끝내지 않고 그 일가족이며 같은 마을 일가들까지 가해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 엄청난 희생에도 불구하고 가해 집단의 수괴였던 이협우는 그 후로 경주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4.19 직후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유족회 활동을 앞서서 했던 분들은 5.16 군사반란 이후 혁명재판소에 회부되어 부당한 옥고를 치러야 했고, 사회 진출에도 오래도록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정녕 모순으로 점철된 시대였습니다.

돌아보면, 이 나라 분단기 한반도 남녘에서는 대구에서 발화된 미군정을 향한 10월 항쟁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거센 항쟁들이 이어졌고, 그 항쟁의 과정에 제주며 여수 순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자국 정부의 지시 내지 방조 아래 실로 엄청난 민간인 희생이 있었으며, 1950년 여름에는 이른바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 대구 등의 형무소 수감자들이 대거 집단학살 되었습니다. 이렇듯 남북 동족간의 전쟁 비극만이 아니라 남남(南南) 간의 부조리한 적대와 비극이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그 후로 이 나라 부패한 수구세력과 정치권력집단은 남북 분단을 악용하여 걸핏하면 양심적 민주진보 인사들이며 노동자며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해 왔고,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까지 거기 동조하여 몰상식한 언행을 일삼아왔습니다. 이러한 현대사의 험난하고도 모순된 흐름을 돌아볼 때, 남북 간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면 남남간의 갈등과 긴장 또한 언제든 그만큼 고조되어, 분단 과정의 그 엄청난 비극이 이 땅에서 다시 되풀이될 것은 너무도 자명합니다.

그러니 분단의 비극은 곧 분단을 극복해야 할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경주겨레하나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뜻을 모아 경주평화연대를 꾸렸으며, 분단을 극복할 길을 모색하며 나름의 의미 있는 작은 몸짓을 해왔고, 5년 전 7월 26일 안강과 강동을 가르는 기계천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 폭격에 의해 무차별 살상된 안계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민간인인줄 알면서도 폭격을 가했던 제국의 야만성이 지금도 우리 겨레의 운명을 옥죄고 있는 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경주자주평화선언문)에 담아 천명하였습니다.

당시엔 1회성 행사로 간소하게 기획되었고, 안계리 유족과 자리를 함께 하려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 이듬해부터는 연례행사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여, 제2회 행사를 경주지역 국민보도연맹원이 대거 희생된 내남면 노곡리 메주골에서 유족회 임원 분들이며 뜻이 맞은 시민들을 두루 모시고 형식을 제대로 갖추어 위령제를 올림과 아울러 자주평화에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삼았습니다. 제3회 행사는 황성공원 위령탑 앞에서 진행하였고 제4회 행사는 건천-산내간 고개인 당고개에서, 유족회 분들은 물론 산내면 진목정 출신으로서 산내면 일대의 현대사 비극을 늘 가슴 아파 해오신 제4대 전교조 위원장 역임의 이영희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천북 신당을 비롯한 민간인 희생지는 물론 독립운동 유적이라든가 동학 유적을 비롯한 우리 경주지역 근현대 역사현장에서 자주독립국가를 갈망한 선조들의 뜻을 기리고 새기고, 또한 함께 의지를 다지는 행사로 이어가려 하며, 더 나아가 (경주자주평화축제)로 승화시켜갈 계획까지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옵고, 모쪼록 겨레간의 화해와 이 땅의 평화를 염원하는 저희의 간절한 뜻을 살피시어 저희가 하는 일들에 늘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바탕골을 비롯한 내남면 일원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원통한 넋들이 이제 모두 편히 잠드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경주평화연대 회원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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