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2024 중독사회 1부 - 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 | 추적60분 1356회 KBS 240223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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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 On Streamed live on Feb 23, 2024

2024 중독사회 1부 - 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
방송일시 : 2024년 2월 23일 금요일 밤 10시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주로 단체생활에서 시작됐다. 대학 입학 후 성인으로서의 자유를 즐기며 동기, 선배들과 단합을 다지는 ‘의리주’부터 사회생활의 일환인 회식 자리에서 접하는 부장님의 ‘폭탄주’까지. 이는 성인이 된 MZ 세대로부터 ‘악습, 꼰대 문화’로 낙인찍혀 서서히 비난받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술 많이 마시는 사회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추적 60분은 ‘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을 만나 그들의 실태를 취재했다.

■ 고기능성 알코올 사용 장애라는 현상
직장에서 인정받는 변호사 민철 씨의 퇴근길. 손엔 막걸리 두 병이 들려있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운 뒤 게임과 함께하는 두 병의 막걸리는 민철 씨의 ‘소확행’(or 소소한 행복)이다. 저녁 메뉴에 따라 맥주가 되기도 하고 간간이 소주를 섞기도 하지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 적은 없다. 그의 건강이 걱정되는 아내가 절주를 권해도 민철 씨는 모르쇠로 일관. 평소 육아와 가사에 성실히 임하는 그가 유일하게 양보하지 않는 것, 술이다. 젊고 멀쩡해 보이는 민철 씨는 애주가일까 아니면 알코올 중독자일까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폭언들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는데

제 환자분들 같은 경우에
의사인데 높은 교수가 된 다음에
알코올 중독이 돼서 입원한다든지

대기업 임원인데 은퇴 후에
알코올 중독이 너무 심해져서 입원을 한다든지
그런 경우가 부지기수거든요”
하종은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 코로나 이후 생겨난 혼술 문화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음주와 관련한 새로운 현상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위스키 오픈런.’ 인기 위스키를 먼저 구매하기 위해 개장 전에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작년 위스키 수입액은 약 3,400억 원으로 2007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위스키에 열광하는 이들은 대부분 30대 이하, 퇴근 후 집에서 맛있고 고급스러운 취미를 즐기기 위해 오픈런을 불사한다.

“점차 어려지는 거 같아요.

처음 가게 열었을 때는 아무래도
30대, 40대 비율이 높았다면

지금은 20대, 30대 쪽이 주 고객층이 아닌가

이 근처에 있는 대학교에서도 많이 오시거든요.
저도 사실 대학 때는 소주만 마셨던 사람인데
지금의 문화를 보면 조금 놀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박원경 / ‘ㄷ’ 위스키 바 운영 -

“옛날만큼 막 모여서 마시기 보다는 혼자서 시간을 즐기거나 아니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혼술 문화가 발달했는데
혼술 문화에 맞는 게 또
위스키라서 요즘 인기가 많은 거 같아요”

심정욱 / 25세, 대학생 -

강요받지도, 하지도 않고 조용히 혼자 즐기는 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이런 점이 위험한 것이라 입을 모아 말했다.

“어울리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좀 천천히 마실 수 있겠죠.
그런데 혼자 마시면 아무도 제재하지 않으니까
더 빨리 마실 가능성이 있는 거고요.
그럼 더 많이 마실 가능성이 높고...

여성이 그럴 경우에는 더 빨리 피해가 올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알코올 사용 장애로 빨리 가는 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죠”

김광기 /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

“보통 진료 오시면 세 가지 물어보거든요

‘혼자 마신 적이 있어요?’또는 ‘몰래 마셔요?’ 또는 ‘낮에 마셔요?’

이렇게 세 가지를 물어봤을 때 ‘혼자 마시고
낮에 마시고 몰래 마신다’고 하면 중독일 가능성이 99%였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혼자 마시는 게 상당히 많아져서
‘혼자 마시나요?’라고 물어보는 게
별 의미가 없는 정도까지 됐어요”

허성태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 고위험 여성 음주자가 늘고 있다
수진 씨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담금 소주를 들이키며 취기를 유지한다. 3개월 전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남자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그녀를 위로해준 건 술뿐이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여. 주 예수 그리스도여
알코올을 의존하는 이들에게 의지처가 되어주소서

오늘 이 시간, 알코올 중독 또는 의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도움을 강구합니다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옵소서”
박수진 (가명) / 36세 -

바닥에 엎드려 기도문을 읽을 만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그는 왜 이토록 술을 끊기 어려운 걸까

“여성 알코올 중독의 경우에 굉장히 진행이 빨라요.그래서 여자가 술을 못 먹느냐 그렇지 않아요

알코올 중독의 진행이 빠르다는 것은
술이 뇌를 훨씬 더 많이 압도한다는 거잖아요
오히려 여성분들이 술을 즐기면 남자보다
더 잘 먹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조절 능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하종은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고기능 알코올 중독자, 혼술과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할 새로운 음주 형태가 또 있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발간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약 10년 전부터 여성의 음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겨냥한 주류 회사의 광고도 여성 음주자를 늘어나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어리고 깨끗한 이미지의 주류 모델을 선정해 과거, 거칠고 만취한 사람들이 마실 것 같던 술의 이미지에서 닮고 싶은 사람이 마시는 술의 이미지로 변화시켜 여성들의 주류 소비량을 늘렸다는 것.

■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
지난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우리는 소주 가격 인하 소식을 들었다. 정부에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해 국내산 증류주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였다. 이에 주류업계도 소비자 부담완화와 물가안정에 동참하겠다며 출고가를 인하했다. 더 싼 가격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까.

“사실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조언하는 가장 효과적인
음주 폐해 예방 정책이 주류 가격 정책, 세금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정책적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약간 금기시되어 있고

이제는 더 이상 ‘서민의 친구 소주’ 이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국가가 나서서 소주 회사 광고를 해주는 셈이기 때문에”

이해국 /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취재를 하면서 우리가 만난 전문가들은 알코올 문제의 40~50%가 사회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그 지역에 술 판매점이 얼마나 많은지, 그 사회가 얼마나 술에 관대한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술을 사고 마실 수 있는 나라. 술 마시는 것도 능력이라고 평가되는 사회. 언제까지 알코올 문제를 개인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추적60분 1356회 《2024 중독사회 1부 - 젊고 멀쩡해 보이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나라》 편은 2월 23일 금요일 밤 KBS 1TV에서 방영한다.

Since 1983,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프로그램
상식의 눈으로 진실을 추적한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1 《추적60분》

✔ 제보 : 010-4828-0203 / 추적60분 홈페이지 / [email protected]
▶홈페이지 : https://program.kbs.co.kr/2tv/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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